기획-창궐하는 자료상-⑤] 자료상 근절 정말 대책없나?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달 있었던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서 "거짓말인지 뻔히 알면서도 사업자들의 요구에 순응해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세청 인력부족의 문제도 연계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직 국세청장이 자료상 단속이 얼마나 어려운지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것이다.

한 청장은 특히 이날 "현재 전자세금계산서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료상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세청이 20년째 자료상 발본색원을 다짐하면서 근절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오히려 지능화·광역화로 세력권을 넓히면서 걸음마 수준의 국세청 단속의지를 비웃고 있는 것이 작금의 자료상 실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 청장은 올 신년사에서 "세금계산서 수수 질서를 훼손하는 자료상이나 유통업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조사운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세청 단속방법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청장의 의지대로 전자세금계산서제도가 도입이 되면 정말 자료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또 자료상이나 유통업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조사운영을 검토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들 방법 외에 자료상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국세청이 도입하려는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국세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국세청에 슈퍼컴퓨터를 들여놓은 뒤, 사업자들이 세금계산서를 수수(授受)하려면 모두 이 슈퍼컴퓨터를 통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자료상들이 자료를 사고 파는 시기는 대부분 부가가치세 신고기한이 임박했을 때다. 평소 매출·매입세금계산서가 균형이 맞춰져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다가 신고기한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매입세금계산서를 맞추기 위해 자료를 찾는다는 것이 국세청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전자세금계산서가 도입되면 신고기한에 임박해 영업규모에 비춰 매출세금계산서를 집중적으로 끊어주거나 사들이는 사업자 등 자료상 혐의가 뚜렷한 사업자를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검증이 필요한 자료상 혐의 사업자를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 설계여부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자료상을 색출, 치고 빠지는 자료상을 쉽게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또 모든 세금계산서가 국세청 슈퍼컴퓨터를 통하기 때문에 사업자들 역시 매출·매입세금계산서를 따로 보관하거나 국세청에 별도로 제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업자의 편의성도 증대될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올 한해 슈퍼컴퓨터 도입을 위한 업무를 설계한 뒤 내년에는 근거법과 자료상혐의자 추출프로그램 등을 마련, 2010년부터는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슈퍼컴퓨터를 통한 전자세금계산서 수수를 유도할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 광역을 관할하는 전담조사팀 구성 시급

지금까지 국세청이 자료상 색출을 위한 광역조사전담팀을 만들고도 자료상 근절에 한계를 보이는 이유는 "말이 전담팀이지 사실상 전담팀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광역조사전담팀을 지방청별 조사국에 마련하다 보니 지방청장의 자료상 근절의지가 강하지 않을 땐, 자료상 추적조사라는 본연의 업무가 아닌 기업 정기세무조사 등의 업무에 전담팀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에 따라 광역조사전담팀 출신 조사요원들은 "광역조사전담팀은 지방청 조사국이 아닌 국세청 본청 조사국에 마련, 전국을 대상으로 지방청 경계를 넘나드는 자료상들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본청 조사국에 설치된 전담팀은 2∼3명 단위의 소수인원으로 꾸려 사업자등록 사후관리나 국세청 경보시스템에 올라온 자료상 혐의자들의 조기색출에 매진, 사후약방문격인 자료상 색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유통과정 추적조사팀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라

국세행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자료상들은 도매상 등 상품의 유통과정에 개입하게 된다"며 "자료상 행위가 심한 몇몇 상품의 유통과정만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전문요원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요원들은 국세청 정보망에 걸린 자료상혐의가 짙은 항목의 거래에 대해 공장출고부터 도·소매 등 모든 과정의 유통거래를 감시, 자료가 매매되려는 순간을 포착해 자료상을 적발한다면 엄청난 경고효과로 이어져 결국 자료상은 급감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자료상 처벌수위를 높여라

자료를 원하는 수요자나 자료상이 자료를 매매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돈'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자료상은 원가가 없는 자료를 팔아 돈을 남기고, 수요자는 자료를 이용해 부가가치세는 물론 법인세나 소득세를 줄일 수 있으니 자료에 대한 매력에 쉽게 빠져든다.

이와 관련 조세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범죄행위는 행위를 통한 이익과 행위에 대한 불이익을 비교, 불이익이 클 경우엔 범죄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이론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에 대한 불이익을 주기 위한 적발을 높이기 위해 세무조사비율을 높이고 정보망을 가동해 범죄적출율을 높이는 것도 자료상을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것.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자료상에 대한 처벌강도도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자료상과 관련해선 징벌적 가산세를 현행 40% 수준보다 높여야 하고, 조세범처벌법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료상 등 경제범에 대한 처벌은 일반 범죄에 비해 비교적 관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과 법원의 처벌이 경제범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자료상 등 경제범에 대해서는 무거운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 내에 조세문제만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직 수사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세전문가들은 "기소율 등을 감안하면 검찰이 비교적 '탈세=범죄'라는 인식이 낮은 것 같다"며 "검찰과 법관을 양성하는 사법연수원 등에 교육인력을 파견, 자료상문제의 심각성과 탈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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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창궐하는 자료상-④] 단속, 왜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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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미르경영연구소, 청안회계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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