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창궐하는 자료상-②] 국세청의 노력은?

선량한 사람들의 정신을 갉아먹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마약'이라면, 납세자들을 유혹해서 세법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 자료상들의 '자료'다. 이에 따라 자료상들은 조세법체계에서 '마약상'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사회를 좀먹는 족속들이다.

매번 자료상 근절을 외치는 국세청을 비웃듯이 이들이 더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은 단속의지가 부족하거나 '뜻'은 있지만 방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이처럼 마약상과 다름없는 자료상을 근절시키기 위해 국세청은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 자료상과의 전쟁, 벌써 20년 그러나…

국세청이 거래질서를 교란시키는 자료상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근절노력을 시작한 시점은 지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료상과의 전쟁을 선포한지 20년째를 맞고있다.

당시 국세청이 처음으로 마련해 일선에 시달한 지침인 '자료상행위 근절대책'에선 자료상의 판명기준을 정한 뒤, 자료상으로 적발된 자나 자료상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는 혐의자에 대해 인적사항을 전산입력하고 이에 대한 특별 관리를 지시하고 있다.

또 자료상 및 가족이나 동거인 등 자료상 혐의자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신청할 땐 위장사업 혐의를 사전에 조사해 자료상으로 판명된 자는 즉시 직권취소하고, 자료상 혐의자는 사후 관리하도록 하는 세적관리 방법을 썼다. 자료상행위 예방에 주력한 것.

이듬해인 1989년 11월에는 자료상 업무를 '상시 세적관리→자료상혐의 포착→추적조사→자료상 확정→명단 전산수록'의 단계별 처리요령을 구체적으로 담은 '자료상 업무처리요령'을 시달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자료상과의 전쟁을 제대로 하기 위해 체계를 갖춘 시기는 1994년이다. 그 해 3월국세청은 자료상 근절대책과 자료상업무 처리요령을 통합해 '자료상 규제업무 처리지침'을 각 일선세무서에 시달했다.

여기엔 세금계산서 수동분석결과 자료상혐의자에 대해선 세금계산서 추적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 자료상으로 밝혀진 경우엔 자료상행위 금액의 다과에 불구하고 전원 즉시 고발하는 등 응징효과를 제고한 측면이 부각된다.

이 때 국세청은 자료상과의 거래자에 대해서도 처벌기준을 강화했다. 정상사업자일 경우라도 자료상과의 거래금액이 일정기준 이상일 경우엔 자료상에 준하여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조사결과 포탈세액이 2000만원 이상일 경우에는 전원 형사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법에 근거도 없이 '자료상 규제업무 처리지침'에 따라 자료상을 응징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잇달았다. 그 해 조세범처벌법에 자료상처벌 규정을 신설시킴으로써 이같은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됐다.

1998년에 들어와선 처음으로 연계추적이란 개념이 도입됐다. 그 해 10월 국세청은 전국적으로 자료상 등과의 부실거래자에 대한 연계 추적조회를 실시, 무자료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및 세금계산서 수수질서 정상화를 위한 업무추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 '작살'에서 그물로…자료상 단속 전산화

지금까지의 자료상 단속 노력이 철저하게 수동으로 이뤄져왔다면, 전산을 통한 단속은 2000년 이후에 이뤄졌다.

2000년 5월부터 국세청은 부가가치세 부실거래 혐의자 조회대상자 선정을 위한 신고상황표 작성, 그리고 관서간 통보 등 일련의 과정을 국세통합시스템에 의해 전산 관리토록 변경했다.

2001년에는 자료상긴급게시판을 설치 운영하여 부가가치세 신고 및 업무처리과정에서 자료상혐의가 있는 사업자를 긴급게시판에 게시함으로써 자료상 혐의자에 대해 신속히 규제하도록 조치했다.

2002년 7월에는 각종 신고자료를 전산으로 수록해 자료상 혐의자에 대한 혐의사항을 일괄 분석 조회할 뿐 아니라 자료상혐의자의 거래처까지 연계해서 추적할 수 있는 자료상연계분석시스템을 개발·운영했다.

■ 이대론 안된다…광역추적전담팀을 만들자

국세청의 이같은 단속노력을 비웃듯 자료상의 뿌리는 더 깊고 넓게 내렸으며 규모도 커졌다. 문제의식을 크게 느낀 국세청은 결국 2003년 7월에 들어와 자료상을 전담으로 추적하는 팀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국세청이 자료상 중에서도 거래규모가 큰 업체에 대한 추적조사는 일선세무서 보다 지방국세청으로 확대해 조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 광역추적조사전담반을 편성한 것.

광역추적조사전담반은 서울국세청 조사국 내 3개 반과 중부국세청 2개, 나머지 4개 지방청에 각 1개 등 총 9개 반으로 편성됐으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광역추적조사전담반의 임무는 우선적으로 자료상 거래와 유통질서문란거래, 신용카드변칙거래 업무만을 전담하면서 일선세무서 조사과의 거래질서문란 조사업무를 지휘·감독하는 것.

또한 광역추적조사전담반 조사대상자 선정 기준은 ▲자료상긴급 게시자의 경우 최근 1년간 세금계산서 발행금액 30억원 이상인 자 ▲세무서장이 선정한 조사대상자는 세금계산서 총 발행금액 100억원 이상 또는 1과세기간 세금계산서 발행금액 30억원 이상인 자 등이다.

국세청의 이같은 노력 외에 자료상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도 갖춰졌다. 2004년엔 조세범처벌법상 자료상 처벌형량을 2년 이하에서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향조정했고, 자료상을 긴급 체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특히 2006년부터는 자료상 처벌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로 자료상 행위자는 가공 공급가액 합계액이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발행세액의 2∼5배에 달하는 벌금형을 병과토록 했다. 

또 50억원 이상의 가짜세금계산서를 매매한 자료상 행위자에 대해서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발행세액의 2∼5배 벌금형이 병과된다. 특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자료상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부가세액의 2배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사업자등록증 발급과 관련해 '세적관리전담제(=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이 때. 국세청은 자료상으로 판명된 업체에 대해선 누가 사업자등록증을 내줬는지 따지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누가 내줬는지를 기록하는 '실명제'를 도입했다. 보다 신중히 사업자등록증을 내주도록 하기 위해서다.

■ 자료상 수취자도 똑같이 처벌

자료상이 지속적으로 창궐하는 이유는 수요자가 있기 때문. 자료상에게서 가짜 세금계산서를 사들인 사업자는 이를 이용, 자료에 적힌 금액의 10%를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으로 공제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비용으로 올릴 수 있다.

지난 2007년 부가가치세법에선 가짜 세금계산서를 사들인 사업자에 대해서도 ▲신고불성실 가산세 40% ▲세금계산서불성실가산세 10%(공급가액의 1%) ▲납부불성실가산세 연 10.95% 등 총 60% 이상의 가산세를 적용토록 허용했다.

또 특가법에서도 가짜로 발행하거나 교부받은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 합계액이 30억 미만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가짜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부가세액의 2배 이하의 벌금이 병과되는 등 자료상과 똑같은 처벌을 받도록 했다.

Posted by (주)미르경영연구소, 청안회계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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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창궐하는 자료상-⑤] 자료상 근절 정말 대책없나?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달 있었던 대한상의와의 간담회에서 "거짓말인지 뻔히 알면서도 사업자들의 요구에 순응해 사업자등록증을 교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세청 인력부족의 문제도 연계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직 국세청장이 자료상 단속이 얼마나 어려운지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것이다.

한 청장은 특히 이날 "현재 전자세금계산서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료상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세청이 20년째 자료상 발본색원을 다짐하면서 근절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오히려 지능화·광역화로 세력권을 넓히면서 걸음마 수준의 국세청 단속의지를 비웃고 있는 것이 작금의 자료상 실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한 청장은 올 신년사에서 "세금계산서 수수 질서를 훼손하는 자료상이나 유통업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조사운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세청 단속방법을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청장의 의지대로 전자세금계산서제도가 도입이 되면 정말 자료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또 자료상이나 유통업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조사운영을 검토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들 방법 외에 자료상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은 없을까.

국세청이 도입하려는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국세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국세청에 슈퍼컴퓨터를 들여놓은 뒤, 사업자들이 세금계산서를 수수(授受)하려면 모두 이 슈퍼컴퓨터를 통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자료상들이 자료를 사고 파는 시기는 대부분 부가가치세 신고기한이 임박했을 때다. 평소 매출·매입세금계산서가 균형이 맞춰져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다가 신고기한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매입세금계산서를 맞추기 위해 자료를 찾는다는 것이 국세청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전자세금계산서가 도입되면 신고기한에 임박해 영업규모에 비춰 매출세금계산서를 집중적으로 끊어주거나 사들이는 사업자 등 자료상 혐의가 뚜렷한 사업자를 쉽게 판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검증이 필요한 자료상 혐의 사업자를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 설계여부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자료상을 색출, 치고 빠지는 자료상을 쉽게 적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또 모든 세금계산서가 국세청 슈퍼컴퓨터를 통하기 때문에 사업자들 역시 매출·매입세금계산서를 따로 보관하거나 국세청에 별도로 제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업자의 편의성도 증대될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올 한해 슈퍼컴퓨터 도입을 위한 업무를 설계한 뒤 내년에는 근거법과 자료상혐의자 추출프로그램 등을 마련, 2010년부터는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슈퍼컴퓨터를 통한 전자세금계산서 수수를 유도할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 광역을 관할하는 전담조사팀 구성 시급

지금까지 국세청이 자료상 색출을 위한 광역조사전담팀을 만들고도 자료상 근절에 한계를 보이는 이유는 "말이 전담팀이지 사실상 전담팀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광역조사전담팀을 지방청별 조사국에 마련하다 보니 지방청장의 자료상 근절의지가 강하지 않을 땐, 자료상 추적조사라는 본연의 업무가 아닌 기업 정기세무조사 등의 업무에 전담팀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에 따라 광역조사전담팀 출신 조사요원들은 "광역조사전담팀은 지방청 조사국이 아닌 국세청 본청 조사국에 마련, 전국을 대상으로 지방청 경계를 넘나드는 자료상들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본청 조사국에 설치된 전담팀은 2∼3명 단위의 소수인원으로 꾸려 사업자등록 사후관리나 국세청 경보시스템에 올라온 자료상 혐의자들의 조기색출에 매진, 사후약방문격인 자료상 색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유통과정 추적조사팀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라

국세행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자료상들은 도매상 등 상품의 유통과정에 개입하게 된다"며 "자료상 행위가 심한 몇몇 상품의 유통과정만을 집중적으로 감시할 전문요원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요원들은 국세청 정보망에 걸린 자료상혐의가 짙은 항목의 거래에 대해 공장출고부터 도·소매 등 모든 과정의 유통거래를 감시, 자료가 매매되려는 순간을 포착해 자료상을 적발한다면 엄청난 경고효과로 이어져 결국 자료상은 급감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자료상 처벌수위를 높여라

자료를 원하는 수요자나 자료상이 자료를 매매하는 가장 큰 원인은 '돈'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자료상은 원가가 없는 자료를 팔아 돈을 남기고, 수요자는 자료를 이용해 부가가치세는 물론 법인세나 소득세를 줄일 수 있으니 자료에 대한 매력에 쉽게 빠져든다.

이와 관련 조세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범죄행위는 행위를 통한 이익과 행위에 대한 불이익을 비교, 불이익이 클 경우엔 범죄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이론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에 대한 불이익을 주기 위한 적발을 높이기 위해 세무조사비율을 높이고 정보망을 가동해 범죄적출율을 높이는 것도 자료상을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것.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자료상에 대한 처벌강도도 높일 것을 권하고 있다. 

조세전문가들은 "자료상과 관련해선 징벌적 가산세를 현행 40% 수준보다 높여야 하고, 조세범처벌법도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료상 등 경제범에 대한 처벌은 일반 범죄에 비해 비교적 관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검찰과 법원의 처벌이 경제범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자료상 등 경제범에 대해서는 무거운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 내에 조세문제만을 전담할 수 있는 전문직 수사요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세전문가들은 "기소율 등을 감안하면 검찰이 비교적 '탈세=범죄'라는 인식이 낮은 것 같다"며 "검찰과 법관을 양성하는 사법연수원 등에 교육인력을 파견, 자료상문제의 심각성과 탈세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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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창궐하는 자료상-④] 단속, 왜 어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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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주)미르경영연구소, 청안회계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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